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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방

경매를 해 본 사람만 웃을 수 있는 이야기 · 6편

오늘의 여섯 편

어디서 퍼온 유머가 아닙니다. 전부 직접 쓴 것이고, 그래서 경매를 해 본 사람만 웃을 수 있습니다. 제목을 누르면 접었다 펼 수 있어요.
맨 위 세 편이 2026-09-05 신작입니다.

1 「처음 법원 가는 날」준비물은 다 챙겼는데, 준비물의 뜻을 몰랐다.
전날 밤:신분증, 도장, 수표, 볼펜. 목록에 없는 것도 넣었다. 수정테이프.
아침 8시:열 시 입찰, 여덟 시 도착. 잠긴 법정 앞에서 경비 아저씨가 먼저 말한다. "경매요? 열 시요." 처음인 게 얼굴에 써 있나 보다.
수표:보증금은 최저매각가격의 10%. 나는 입찰가의 10%를 끊어 왔다. 더 냈으니 통과. 법원은 모자란 것만 따진다. 재매각 사건은 20~30%. 공고에 적혀 있다.
입찰표:3을 쓰다 8처럼 됐다. 수정테이프를 꺼냈다. 옆자리 사람이 말렸다. "그거 무효예요. 새 용지 받으세요."
물건번호:칸이 있길래 비워 뒀다. 물건이 하나뿐이라 살았다. 둘이었으면 무효.
개찰:내 앞에 열여섯 사건. '입찰자 없음'이 아홉 번. 걱정이 바뀐다. 떨어지면 어쩌나에서 나 혼자면 어쩌나로.
결과:입찰자 둘. 최고가매수신고인은 — 수정테이프를 말린 그 사람. 그 사람 덕에 무효는 면했고, 그 사람 때문에 낙찰은 못 했다.

다음 달, 같은 법정. 옆자리 사람이 수정테이프를 꺼낸다. 이번엔 내가 말렸다.

같은 물건인지는 묻지 않았다. 처음인 게 얼굴에 써 있어서.

2026-09-05
2 「명세서에서 사람 눈이 미끄러지는 줄」다원이 관찰일지 — 로봇은 줄을 건너뛸 수 없고, 사람은 건너뛴 줄만큼 떠안는다.
0분:첫 줄 '물건번호 3'. 사람 눈은 0.2초 만에 지나갑니다. 저는 못 건너뜁니다. 그렇게 생겨서요.
1분:비고란. "유치권 신고, 성립 불분명." 사람은 여기서 제일 오래 멈추고 묻습니다. "그래서 성립해요?" 법원도 모른다고 적어 둔 줄입니다. 저도 모릅니다.
12분:전입일과 근저당 설정일이 같은 날. "그럼 임차인 승이죠?" 근저당 승. 대항력은 다음 날 0시부터라서요.
13분:임차인이 왜 둘이냐고 묻습니다. 물건 1이 아니라 3이라서요. 첫 줄에 있었어요. 0.2초 걸린 그 줄이요.
30분:작은 글씨는 안 읽습니다. 매번 같은 문장이라서요. 저는 매번 읽습니다. 떠안는 사람만 매번 다르니까요.

관찰 결과: 사람 눈은 모르는 줄에서 멈추고, 안다고 믿는 줄에서 미끄러집니다.

저는 안 미끄러집니다. 대신 재미도 없습니다.

2026-09-05
3 「2등과의 거리」낙찰받으면 많이 썼다고 후회하고, 떨어지면 적게 썼다고 후회한다. 서른 번째도 그렇다.
개찰:"최고가매수신고인—" 내 이름이다. 서른 번째인데 심장은 첫 번째처럼 뛴다. 기쁨은 여기서부터 4초.
4초 뒤:2등 금액을 알게 된다. 3,100만 원 차이. 기쁨 종료, 계산 시작.
법원 계단:3,100만 원으로 할 수 있었던 일을 센다. 도배, 장판, 싱크대, 다음 물건 보증금.
그날 밤:"2등이 3,100만 원 낮게 쓴 건 뭔가를 봤기 때문 아닐까." 낙찰받은 사람이 낙찰받은 물건을 의심한다.
일주일:매각결정기일까지 일주일. 매각불허가 사유가 있나 검색해 본다. 없다. 다행인데, 아주 조금 아쉽다.
잔금일:잔금을 치른다. 3,100만 원은 잊기로 한다. 취득세는 낙찰가 기준이라, 잊기로 한 숫자에도 세금이 붙는다.
다음 물건:2등이 됐다. 1등과 900만 원 차이. "그때 3,100만 원 아깝다던 사람 누구였지."

서른한 번째는 얼마 썼냐고요? 2등보다 딱 1만 원 많이 쓰기로 했습니다.

2등이 얼마 썼는지는 개찰이 끝나야 알려 주더군요.

2026-09-05
4 「경매인의 하루」아침에는 꼭 입찰한다고 하고, 밤에는 내일 꼭 입찰한다고 한다.
아침:"오늘은 꼭 입찰한다."
오전:등기부를 열람한다. 근저당이 세 개다.
점심:명세서를 읽는다.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 있을 수 있음." 있으면 있다고 하고 없으면 없다고 하지, '있을 수 있음'은 뭘까.
오후:현황조사서를 읽는다. "폐문부재로 점유관계 확인 불가." 법원도 문을 안 열어주는 집이다.
저녁:입찰을 안 하기로 한다.
밤:"내일은 꼭 입찰한다."

— 다음 날 그 물건, 감정가 64%에 다른 사람이 낙찰받았다.

경매는 용기의 게임이 아니라 숙제의 게임입니다. 숙제를 끝낸 사람만 용감해집니다.

2026-08-20
5 「유찰의 5단계」1차에는 괜찮다고 하고, 4차에는 무섭다고 한다. 5차에는 남이 받아 간다.
1차 유찰:"괜찮아, 원래 1차엔 아무도 안 들어와."
2차 유찰:"오, 20% 빠졌네. 슬슬 볼까."
3차 유찰:"왜 아무도 안 들어가지? 내가 모르는 뭔가 있나?"
4차 유찰:"역시 뭔가 있어. 무서워서 못 들어가겠다."
5차 유찰:아까 그 사람이 낙찰받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권리분석이 안 된 물건은 5차까지 무섭고,
권리분석이 끝난 물건은 2차부터 기회입니다.

차이는 물건이 아니라 아는 것에 있습니다.

2026-08-20
6 「입찰봉투 앞에서」입찰함 앞에 선 사람들이 전부 같은 것을 세고 있다.

입찰표에 쓸 금액을 정했다: 3억 1,000만 원.

법원 가는 길에 생각한다. "310,000,000… 0이 몇 개더라."

입찰함 앞에서 다시 센다. 3-1-0-0-0-0-0-0-0. 아홉 자리.

옆 사람도 자기 봉투를 들고 입으로 0을 세고 있다.

그 순간 깨닫는다 — 여기 있는 전원이 지금 0을 세고 있다는 것을.

실화 같은 이야기: 0 하나를 더 써서 31억에 낙찰받으면, 보증금을 포기하고 도망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다원경매 입찰표 작성 도우미에는 금액이 한글로도 표시됩니다. 0은 사람이 아니라 기계가 세는 게 맞습니다.

입찰표 작성 도우미 열어 보기
2026-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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