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안을 보증금이 사라지는 집,
그런데 왜 아무도 안 살까요?
3줄 요약
- 매각물건명세서에 "배당 못 받은 보증금은 낙찰자에게 청구하지 않고, 임차권등기도 말소한다"는 확약이 붙은 진행 물건이 3,565건. 감정가 중앙값 2억 3,300만원, 서울 강서구에만 650건입니다 (2026-09-05 기준 · n=3,565).
- 떠안을 보증금이 '조건부로' 사라지는 물건인데도, 8회 이상 유찰 비중은 7.1% — 전체 진행 물건(2.9%)의 2.4배입니다 (2026-09-05 기준 · n=3,565 vs 43,328).
- 확약은 확정이 아니라 조건입니다. 원문의 두 문구(반환청구권 포기·임차권등기 말소)와 주체·범위를 확인하고, 표시가가 아닌 실질 취득가로 계산하세요.
경매 목록을 넘기다 '임차권등기'와 '선순위 임차인'이 나란히 뜨면, 대부분은 반사적으로 뒤로가기를 누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넘긴 물건 중 3,565건의 매각물건명세서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 있습니다. "배당받지 못한 보증금은 매수인에게 청구하지 않고, 임차권등기는 말소하겠다." 번역하면 — 낙찰자가 떠안을 줄 알았던 보증금이, 조건부로, 사라집니다. 그런데 이 물건들은 왜 남들보다 2.4배나 자주 여덟 번 이상 유찰될까요? 오늘은 그 이야기입니다.
0숫자부터 보겠습니다
hug_condition_change)을 전부 꺼냈습니다.
기준일 2026-09-05(집계 실행 2026-09-06 06:12 KST), 조건은 아래 '집계 기준'에 있습니다.
먼저 단위부터. 이 글의 '건'은 사건이 아니라 물건(사건번호+법원+물건번호)입니다. 한 사건에 여러 호실이 묶여 나오면 각각 세고, 이 글은 진행 중인 3,565건만 다룹니다 (2026-09-05 기준 · n=4,842).
비율로 치면 명세서를 읽을 수 있는 물건 일곱 중 하나(14.57%, 2026-09-05 기준 · n=21,096)에 이 문장이 있습니다. 드문 예외가 아니라, 요즘 경매 목록의 한 장르입니다.
1보증금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누군가 '치워 주는' 겁니다
이 플래그는 "인수 조건이 바뀌었다"는 사실이지 "인수금 0원"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 같은 집에 확약을 내지 않은 다른 임차인·선순위 권리가 남을 수 있고, 확약서가 늦게 제출됐다면 이번 회차 명세서에 아직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배지를 보고 안심하는 게 아니라, 배지를 보고 원문을 여는 것이 순서입니다.
2어디에 있나요? — 강서구 650건
유형은 더 선명합니다. 빌라(다세대·연립) 2,146 · 오피스텔 956 · 아파트 418 · 기타 45 (2026-09-05 기준 · n=3,565). 감정가는 절반이 1억 7,000만~2억 9,100만원 사이에 들어옵니다. 그러니까 이 3,565건의 얼굴은 대체로 하나입니다 — 2억 안팎의 빌라·오피스텔, 강서·관악·은평·금천·구로. 보증 사고 임차권을 기관이 승계한 집이 곧 이 경매 지도가 된 셈입니다.
3인수 부담이 사라졌다는데, 왜 아무도 안 사갈까요?
왜일까요. 솔직히, 저희 DB에는 응찰자 수도 유찰 사유도 없어서 단정할 수 없습니다. 대신 후보 셋을 놓아 보겠습니다.
후보 ① 배지가 문 앞에서 사람을 돌려보낸다
'임차권등기 · 선순위 임차인'은 초보자가 가장 먼저 거르는 조합입니다. 확약 문장은 명세서 비고란 한참 아래에 있고, 목록 화면에는 안 뜹니다. 문 앞의 표지판만 보고 돌아가면 그 안에 무엇이 적혀 있든 상관이 없습니다. 증명은 못 합니다만, 저희도 처음엔 딱 그랬습니다.
후보 ② 얼마가 사라지는지 모른다
진행 중인 주거 물건의 임차인 기록 33,130행 중 보증금 액수가 비어 있는 행이 27,925행, 84.3%입니다 (2026-09-05 기준 · n=33,130). 법원 서류가 보증금을 공란으로 두는 경우가 많아서인데, 입찰자 입장에선 결과가 같습니다. "0원이 될 수 있다"는 건 알겠는데, 원래 얼마였는지를 모릅니다. 액수도, 확약 이행도 전부 '조건'인 물건에 사람들은 값을 쓰기 어려워합니다.
후보 ③ 조건은 조건이다
§1 그대로입니다. 확약한 임차권에만 적용되고, 다른 권리는 남을 수 있고, 이행은 낙찰 뒤의 일입니다. 값을 정하는 건 표시 최저가가 아니라 "실제로 얼마를 치르나"인데, 그 답이 문서 세 장을 읽어야 나오는 물건은 원래 천천히 팔립니다.
4그럼 오래 남은 만큼 싸졌을까요? — 4회부터 70%로 되돌아갑니다
이유는 둘이 섞여 있습니다. 하나는 재매각 리셋 — 누군가 낙찰받았다가 대금을 내지 않으면, 재매각은 종전 최저매각가격 그대로 다시 진행됩니다(민사집행법 제138조) — 내려가던 계단이 그 자리에서 멈추는 셈입니다. 다른 하나는 특별매각조건으로 저감률이 달라지는 경우입니다. 어느 쪽이 얼마나인지는 이 표만으로 가를 수 없습니다. 그래서 "4회 이상은 횟수와 가격을 1:1로 읽지 말라"고만 말씀드립니다. 여덟 번 유찰됐어도 중앙값은 70%입니다.
지금 걸려 있는 물건들 — 유찰 2회 이상, 최저가율 낮은 순
| 법원 · 사건-물건 | 유형 | 유찰 | 소재(동 단위) | 감정가 | 최저가 | 최저가율 | 매각기일 |
|---|---|---|---|---|---|---|---|
| 청주지방법원 2024타경63171-1 | 오피스텔 | 10 | 충북 청주시 서원구 | 2억 220만 | 3,398만 | 16.8% | 2026-09-17 |
| 고양지원 2024타경77654-1 | 빌라 | 8 |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 1억 4,200만 | 3,409만 | 24.0% | 2026-09-08 |
| 평택지원 2025타경41631-1 | 빌라 | 7 | 경기 평택시 신장동 | 2억 1,200만 | 5,090만 | 24.0% | 2026-09-07 |
| 안산지원 2025타경53219-1 | 빌라 | 3 | 경기 안산시 상록구 사동 | 1억 1,734만 | 4,024만 | 34.3% | 2026-09-22 |
| 고양지원 2025타경64800-1 | 빌라 | 4 | 경기 고양시 덕양구 대자동 | 1억 4,600만 | 5,007만 | 34.3% | 2026-09-09 |
| 부산서부지원 2024타경4620-9 | 아파트 | 7 | 부산 사상구 | 1억 1,600만 | 3,978만 | 34.3% | 2026-09-08 |
5원문에서 확인할 다섯 가지
- 매각물건명세서에 "보증금 반환청구권 포기"와 "임차권등기 말소" 두 문구가 모두 있는지
- 조건을 낸 주체가 누구인지(HUG·SGI서울보증·LH 같은 승계 기관인지, 일반 채권자인지)와 확약서 날짜
- 포기 범위가 '배당받지 못한 잔액 전부'인지, 일부만인지
- 같은 물건에 확약을 내지 않은 다른 임차인·선순위 권리가 또 있는지
- 확약서가 뒤늦게 제출됐다면 이번 회차 명세서에 반영돼 있는지
이 글이 말하지 않는 것
- '3,565건'은 물건 수이지 사건 수가 아닙니다. 비율(14.57%)은 명세서 본문을 확보한 진행 물건 21,096건 중 3,074건이며, 전체 진행 43,328건 대비가 아닙니다. 3,074와 3,565가 다른 이유는 이미지 판독 등 다른 경로로도 플래그가 붙기 때문입니다.
- 플래그는 "조건이 바뀌었다"는 사실만 뜻합니다. 개별 물건의 인수액이 0원인지는 명세서 원문으로만 확인됩니다.
- 보증금 미상 84.3%는 상당 부분 원천(법원 서류)이 비워 둔 결과이며, '원천 미기재'와 '저희 미수집'이 이 숫자만으로 구분되지는 않습니다. "아무도 모른다"는 뜻은 아닙니다.
- 8회 이상 유찰이 많은 이유는 저희 데이터로 단정할 수 없습니다. §3의 후보 셋은 가설입니다.
집계 기준(재현용)자세히
- 실행
- 2026-09-06 06:12 KST · 운영 DB 읽기 전용 러너(
crawler/_cov_sql.mjs) · 서버 타임존 UTC라current_date= 2026-09-05 · 쓰기 0 · 법원 접속 0. - 모집단
auction_case_details.special_flags @> ARRAY['hug_condition_change']— 명세서 원문에서 탐지한 플래그. 전체 4,842 / 진행(status='ongoing') 3,565.- 감정가 분위
percentile_cont(0.25/0.5/0.75) within group (order by appraisal_price)· 진행 ·appraisal_price > 0.- 유찰 분포 · 최저가율
fail_count구간별 건수 ÷ 진행 총계. 대조군은 진행 전체 43,328건. 최저가율 =min_price / appraisal_price × 100, 구간별 중앙값.- 임차인 지표(§3 후보 ②)
- 주거 5유형(아파트·빌라·오피스텔·단독·다가구) 진행 물건의 임차인 행, 최신본(
superseded_by is null)만. 보증금 미상 =deposit is null27,925 / 33,130.
뒤로가기를 누르게 만드는 표지판 뒤에, 가끔 "청구하지 않겠다"고 적힌 문장이 있습니다. 그 문장을 읽는 사람이 적어서 오래 남고, 오래 남았다고 꼭 싸지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니 좋은 질문은 "인수 부담이 없어졌나요"가 아니라 "누가, 얼마를, 어떤 조건으로 포기했나요"입니다.
함께 읽기 · 살던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내 보증금은 어떻게 되나요? — 이 글의 '임차인 쪽' 사정입니다.
출처
- 대한민국법원 법원경매정보 — 사건 공고·매각물건명세서·현황조사서·기일내역 (www.courtauction.go.kr)
- 다원경매 데이터베이스 — 물건·금액·기일·특수물건 플래그·임차인 기록 직접 집계. 기준일 2026-09-05(집계 실행 2026-09-06 06:12 KST). 조건은 위 '집계 기준' 참조
-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제3조의3·제3조의5, 민법 제481조, 민사집행법 제105조·제138조 — 국가법령정보센터 (www.law.go.kr)
- 본문 사진 — Pexels (무료 이용 라이선스). 본문 내용과 무관한 연출 사진이며 특정 사건의 물건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