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던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내 보증금은 어떻게 되나요?
— 전입신고·확정일자·배당요구, 종이 세 장이 하는 일
어느 날 우편함에 법원 봉투가 꽂혀 있습니다. 내가 사는 집이 경매에 넘어갔다는 통지입니다. 집주인 전화는 꺼져 있고, 계약 기간은 아직 반년이나 남았습니다. 이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집주인의 사정이 아니라 내가 이사 오던 날 무엇을 했는가입니다. 전입신고를 언제 했는지, 확정일자를 받아 뒀는지 — 그 두 날짜가 보증금의 운명을 거의 결정합니다.
0 실제로 이런 집이 있습니다
숫자만 봐도 상황이 보입니다. 보증금(3억 500만 원)이 감정가(2억 9,600만 원)보다 900만 원 많습니다. 집을 팔아도 보증금을 다 못 채우는 구조, 흔히 '깡통'이라고 부르는 상태입니다. 게다가 네 번 유찰돼 최저가는 1억 8,944만 원까지 내려왔습니다. 만약 그 가격에 낙찰된다면 배당으로 돌려줄 수 있는 돈은 보증금의 절반 남짓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의 임차인은 보증금을 지킬 자리에 서 있습니다. 무엇을 했기에 그럴까요. 이사 오던 날 한 일, 딱 세 가지입니다.
1 보증금을 지키는 종이 세 장
① 전입신고 + 실제 거주 → '대항력'
대항력이란 "집주인이 바뀌어도 나는 계속 여기 살고, 새 주인에게 보증금을 달라고 말할 수 있는 힘"입니다. 주택을 인도받고(실제로 들어가 살고) 주민등록(전입신고)을 마치면 그 다음 날부터 생깁니다. 실무에서는 그 다음 날 0시를 기준으로 봅니다. 이사한 그날이 아니라 하루 뒤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② 확정일자 → '우선변제권'
우선변제권은 "집이 팔린 돈에서 내 순번대로 보증금을 먼저 받을 권리"입니다. 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아 두면, 대항요건(입주+전입)을 갖춘 날짜와 확정일자 중 늦은 쪽을 기준으로 순번이 정해집니다. 근저당권 같은 다른 권리와 날짜 순서로 줄을 서는 셈입니다.
③ 배당요구 → 실제로 '돈을 받는 절차'
권리가 있어도 법원에 "나 여기 있습니다, 배당해 주세요"라고 신고하지 않으면 배당표에 이름이 오르지 않습니다. 신고 기한을 배당요구종기라고 하고, 이 날짜는 사건마다 다릅니다. 기한을 넘기면 권리가 있어도 그 경매에서는 돈을 못 받습니다. 세 장 중 가장 많이 놓치는 종이입니다.
물론 세 장을 다 갖췄다고 손해가 0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배당은 순번대로 나눠주는 절차라서, 내 앞에 은행 근저당이 크게 걸려 있으면 남는 게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항력이 있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 배당에서 못 받은 잔액을 낙찰자에게 청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 결국 갈림길은 하나, "누가 먼저인가"
"말소기준권리"라는 말이 어렵다면 이렇게 생각하면 됩니다. 경매로 집이 팔리면 등기부에 붙어 있던 대부분의 권리가 지워지는데, 그 지우개질의 출발선이 되는 권리입니다. 보통 가장 먼저 설정된 근저당권·가압류·압류 등이 그 자리에 오고, 그런 게 없으면 경매개시결정이 기준이 됩니다.
바꿔 말하면, 은행이 돈을 빌려주며 근저당을 잡기 전에 내가 먼저 전입신고를 마쳤는가가 관건입니다. 그래서 이사 당일 짐 정리보다 주민센터 방문이 먼저라는 조언이 나오는 겁니다. 하루 차이로 순번이 뒤집히는 일이 실제로 일어납니다.
3 이 사건의 임차인은 무엇을 했나
| 임차인 | 점유 부분 | 전입일 | 확정일자 | 보증금(원) | 배당요구 | 대항력 |
|---|---|---|---|---|---|---|
| 김○비 | 건물의 전부 | 2021.04.30 | 2021.03.10 | 305,000,000 | 승계인이 신고 | 있음 |
| 주택도시보증공사 | 1101호 전부 주택임차권 승계인 | 2021.04.30 | 2021.03.10 | 305,000,000 | 2025.08.22 | 있음 |
| 최○윤 | 미상 현황조사서상 세대주 | 2025.01.03 | — | 기재 없음 | 기재 없음 | 없음 |
날짜를 시간 순으로 늘어놓으면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이 집에는 2025년 1월에 전입한 다른 세대주(최○윤)도 등재돼 있습니다. 전입일이 말소기준권리(2024.09.10)보다 늦으니 대항력이 없습니다. 같은 집, 같은 건물인데 날짜 하나로 위치가 완전히 갈립니다. 현황조사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현지방문조사 당시 폐문부재로 아무도 만나지 못하여 점유관계 미상이므로 별도의 확인이 필요함. … 전입세대확인서 및 주민등록표등본에는 소유자 아닌 세대주 최○윤 세대가 등재 되어 있어 그를 일응 임차인으로 기재함"
4 보증금이 집값보다 클 때 — 이 사건이 그렇습니다
이 숫자는 이렇게 계산했습니다 (가정 포함)
- 보증금 305,000,000원은 매각물건명세서에 기재된 금액 원값입니다.
- 감정가 296,000,000원·최저매각가격 189,440,000원은 법원 공고 원값입니다(2026.08.19 5회차 기준).
- 보증금 − 감정가 = 305,000,000 − 296,000,000 = 9,000,000원.
- 보증금 − 현재 최저가 = 305,000,000 − 189,440,000 = 115,560,000원. 최저가에 낙찰된다는 가정 아래의 단순 차액입니다.
※ 낙찰가가 최저가보다 높아지면 배당 재원이 늘어 차액은 줄어듭니다.
그래서 이 임차인은 보증금을 잃었을까요
명세서에는 임차인 옆에 '주택임차권 승계인 주택도시보증공사'가 함께 적혀 있습니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돼 있었고, 보증기관이 보증금을 대신 지급한 뒤 임차인의 권리를 넘겨받았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 승계인이 배당요구종기(2025.09.02) 열흘 전인 2025.08.22에 배당요구를 했습니다.
또 하나. 명세서에는 임차권등기를 말소하는 조건이 붙어 있습니다. 임차인이 임차권등기를 마쳐 뒀다는 뜻이고, 임차권등기를 하면 이사를 나가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유지됩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 이 집에 2025년 1월 다른 세대가 전입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임차인 김○비 및 주택임차권 승계인 주택도시보증공사는 매수인에 대하여 배당받지 못하는 잔액에 대한 임차보증금반환청구권을 포기하고, 주택임차권등기를 말소하는 것을 조건으로 매각"
이 한 문장이 이 사건의 결론입니다. 세입자는 대항력 + 확정일자 + 임차권등기 + 보증보험이라는 네 겹의 장치로 보증금을 회수할 자리에 있었고, 권리를 넘겨받은 보증기관이 낙찰자에 대한 잔액 청구를 포기하는 조건으로 매각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안전망이 작동한 사례이고, 입찰자 입장에서는 인수 부담을 명세서 문구로 확인할 수 있는 사례입니다.
다만 오해하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모든 사건이 이렇게 끝나지 않습니다. 보증보험이 없었다면, 확정일자가 늦었다면, 배당요구를 놓쳤다면, 같은 집에서도 결과는 전혀 달라집니다. 다음 절의 '최우선변제'는 그런 경우를 위한 마지막 안전망입니다.
5 마지막 안전망 — 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
주택임대차보호법 제8조는 보증금이 일정액 이하인 임차인에게 "보증금 중 일정액을 다른 담보물권자보다 우선하여 변제받을 권리"를 줍니다. 은행 근저당보다도 먼저라는 뜻이라 위력이 큽니다. 다만 조건이 붙습니다.
| 지역 | 소액임차인 기준(보증금) | 최우선변제 금액 |
|---|---|---|
| 서울특별시 | 1억 6,500만원 이하 | 5,500만원 |
|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서울 제외), 세종·용인·화성·김포 | 1억 4,500만원 이하 | 4,800만원 |
| 광역시(과밀억제권역·군 제외), 안산·광주·파주·이천·평택 | 8,500만원 이하 | 2,800만원 |
| 그 밖의 지역 | 7,500만원 이하 | 2,500만원 |
정리하면 소액임차인 제도는 보증금이 작을수록 두터운 보호입니다. 보증금이 수억 원인 전세라면 이 제도로 지킬 수 있는 금액은 크지 않습니다. 그래서 큰 보증금일수록 대항력·확정일자·보증보험 쪽을 챙기는 게 실질적입니다.
6 숫자로 보면 — 지금 진행 중인 물건의 임차인
여기서 세입자와 입찰자 모두에게 의미 있는 숫자가 나옵니다. 대항력 임차인의 보증금 금액까지 확인된 물건 112건 중, 보증금 합계가 그 집 감정가보다 큰 물건이 41건(36.6%)입니다. 현재 최저매각가격보다 큰 물건은 103건(92.0%)에 이릅니다. 즉 대항력 임차인이 있는 물건에서는, 지금 붙어 있는 가격표만으로 보증금을 다 채우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 구분 | 물건 수 | 비율 | 읽는 법 |
|---|---|---|---|
| 보증금 합계가 감정가보다 큼 | 41 | 36.6% | 집을 감정가에 팔아도 보증금이 남습니다 |
| 보증금 합계가 현재 최저가보다 큼 | 103 | 92.0% | 지금 최저가로 낙찰되면 배당만으로는 부족합니다 |
| 유찰 3회 이상 | 53 | 44.2% | 진행 물건 전체는 28.3%(6,429/22,691) |
| 모수 | 112 / 120 | — | 보증금 비교는 금액 확보 112건, 유찰은 120건 전체 |
7 낙찰받는 쪽에서도 같은 표를 봅니다
전입일과 말소기준권리 날짜를 나란히 적어 보세요
임차인의 전입일이 말소기준권리보다 하루라도 빠르면 대항력이 있습니다. 그 임차인이 배당에서 다 못 받은 금액은 낙찰자가 인수합니다. 표시 가격에 이 금액을 더해야 실제 부담이 나옵니다.
명세서 비고란의 '조건부 매각' 문구를 찾으세요
이번 사건처럼 "잔액 청구권을 포기하고 임차권등기를 말소하는 것을 조건으로 매각"이라고 적혀 있으면 인수 부담이 크게 달라집니다. 반대로 "배당받지 못한 잔액은 매수인이 인수"라고 적혀 있으면 그 금액은 그대로 내 돈입니다. 같은 임차인이라도 문구 한 줄로 결과가 뒤집힙니다.
보증금 액수가 '기재 없음'인 임차인을 조심하세요
진행 물건의 임차인 기록 10,754건 중 보증금 금액이 확보된 건 1,655건(15.4%)입니다. 나머지는 법원 서류에도 금액이 없거나 아직 조사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금액을 모른다는 것은 인수 부담을 계산할 수 없다는 뜻이므로, 빈칸을 '0원'으로 읽지 말고 등기사항증명서·현황조사서로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이 글이 말하지 않는 것
- "대항력 임차인이 있는 물건이 전국에 120건"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매각물건명세서 정밀 판독이 끝난 진행 물건은 기준일 현재 163건이고, 120건은 그 안에서 확인된 수입니다. 판독이 끝나지 않은 물건에도 대항력 임차인은 있습니다. 실제 전국 규모는 아직 셀 수 없어 쓰지 않았습니다.
- 확정일자·배당요구 통계는 내지 않았습니다. 진행 물건 임차인 10,754건 중 확정일자가 기록된 건 224건(2.1%), 배당요구가 기록된 건 141건(1.3%)뿐입니다. 대부분은 현황조사서에서 수집한 행이라 원천에 그 항목 자체가 없습니다. "확정일자를 안 받은 세입자가 많다"는 해석은 데이터가 뒷받침하지 않습니다.
- 특정 사건의 임차인이 실제로 얼마를 받게 되는지는 계산하지 않았습니다. 배당표는 법원이 확정하며, 경매비용·조세채권·선순위 담보의 실제 채권액 등 공개되지 않은 값이 필요합니다. 본문의 차액은 단순 뺄셈임을 명시했습니다.
- 이 사건 임차인이 소액임차인에 해당하는지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보증금이 서울 기준(1억 6,500만원)을 크게 넘고, 적용 기준 시점 판단에는 담보물권 설정일 확인이 필요합니다.
- "경매 물건 중 전세사기 피해가 몇 건"과 같은 집계는 하지 않았습니다. 피해자 결정 여부는 개별 명세서에 예외적으로만 적히고, 우리 DB에 별도 항목으로 수집되지 않아 셀 수 없습니다.
경매는 세입자에게 갑자기 닥치는 일이지만, 결과를 가르는 것은 이미 지나간 날짜들입니다. 이사하는 날 전입신고를 미루지 않는 것, 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아 두는 것, 법원 통지를 받으면 배당요구종기를 먼저 확인하는 것. 준비된 세입자에게는 회수의 길이 있고, 준비 없이는 같은 집에서도 결과가 달라집니다. 본문의 사건은 다원경매에서 무료로 열람할 수 있습니다.
출처
- 대한민국법원 법원경매정보 — 사건 2025타경10169(서울남부지방법원) 매각물건명세서·현황조사서·기일내역 (www.courtauction.go.kr)
- 다원경매 데이터베이스 — 사건·기일·임차인·사진 원값, 기준일 2026-08-15. 진행 정의는 상태 '진행' AND 매각기일 ≥ 2026-08-15
-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대항력 등)·제3조의2(보증금의 회수)·제3조의3(임차권등기명령)·제8조(보증금 중 일정액의 보호) — 국가법령정보센터 (www.law.go.kr)
-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 제10조·제11조(소액임차인 범위·최우선변제 금액) — 국가법령정보센터 /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 (easylaw.go.kr)
- 민사집행법 제84조(배당요구의 종기 결정 등)·제88조(배당요구) — 국가법령정보센터
- 사진 — 법원 감정평가서 부속 사진(다원경매 수집본). 개인 식별 정보가 드러나는 사진은 게재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