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대문 집
석 달 동안 창을 사백 번 닫았다. 그러다 이상한 단어가 하나도 없는 물건을 만났다. 그리고 그때부터, 이 물건이 왜 위험한지를 찾기 시작했다.
경매 공부를 시작하고 석 달째, 나는 아직 법원에 가 본 적이 없다.
교과서 두 권을 읽었고, 유튜브 채널 여섯 개를 구독했고, 용어 노트도 한 권 만들었다. 말소기준권리가 뭔지 설명할 수 있고, 대항력이 언제 생기는지도 안다. 전입신고 다음 날 0시. 시험이라면 백 점일 것이다.
그런데 입찰은 한 번도 못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물건을 고르다 보면 어느 순간 무서워진다. 등기부에 모르는 단어가 하나라도 나오면 — 가등기, 가처분, 지상권 — 나는 조용히 창을 닫는다. 그리고 다음 물건을 연다. 석 달 동안 창을 닫은 횟수가 사백 번쯤 될 것이다.
지난주에 회사 후배가 물었다. "선배, 경매 공부하신다면서요. 낙찰받으셨어요?"
나는 대답했다. "지금 물건 보는 눈을 기르는 중이야."
후배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나는 안다. 눈은 석 달 전에 이미 길러졌다. 없는 것은 눈이 아니라 다른 것이다.
그 집을 발견한 건 일요일 밤이었다.
서울 변두리, 지은 지 삼십 년 된 단독주택. 감정가 2억 8천에 두 번 유찰돼 최저가 1억 7,920만 원. 사진 속 집은 파란 대문이 조금 삐뚤어져 있었고, 마당에 감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나는 습관처럼 등기부부터 열었다. 근저당 하나, 가압류 하나. 말소기준권리는 2019년 근저당. 전부 말소. 임차인은 — 없다. 소유자 점유.
창을 닫으려던 손이 멈췄다. 닫을 이유가 없었다.
가등기도 없고, 가처분도 없고, 유치권 신고도 없고, 이상한 단어가 하나도 없었다. 석 달 만에 처음 만난, 교과서 1장에 나오는 물건이었다.
그때부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나는 이 물건이 왜 위험한지를 찾기 시작했다. 두 번이나 유찰됐다는 건 남들이 뭔가를 봤다는 뜻 아닐까. 감나무 뿌리가 담장을 밀고 있는 건 아닐까. 파란 대문이 삐뚤어진 건 지반 침하 때문 아닐까.
새벽 두 시, 나는 위성 지도를 확대해 감나무 그림자를 재고 있었다. 그리고 문득 화면에 비친 내 얼굴을 봤다.
아, 나는 물건을 고르는 게 아니구나. 안 살 이유를 고르는 거구나.
월요일에 반차를 내고 그 집에 갔다.
파란 대문은 실제로 삐뚤어져 있었다. 경첩 나사 하나가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지반 침하가 아니라 나사였다. 철물점에서 팔백 원이면 사는.
옆집 할머니가 마당을 내다보는 나를 보고 말을 걸었다. "그 집 보러 왔수? 주인 양반 사업이 어려워져서 그렇지, 집은 멀쩡해. 겨울에 보일러도 새로 놨어."
돌아오는 길에 나는 입찰기일을 확인했다. 목요일. 사흘 남았다.
사흘 동안 나는 명세서를 세 번 다시 읽었고, 현황조사서를 두 번 다시 읽었고, 입찰가를 열두 번 고쳐 적었다. 1억 8,500. 1억 9,200. 1억 8,880. 숫자는 밤마다 자랐다가 아침마다 줄었다.
목요일 아침, 법원 입찰법정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나는 봉투를 넣기 전에 0의 개수를 네 번 셌다.
개찰까지 한 시간, 나는 화장실을 세 번 갔다.
"사건번호 2025타경……" 내 사건이 불렸다. "입찰자 세 명."
세 명. 나 말고 두 명이 더 있었다.
"최고가 매수신고인 —"
집행관이 이름을 불렀다. 내 이름이 아니었다.
나는 이백만 원 차이로 졌다. 열두 번 고친 입찰가 중에 열 번은 이긴 금액이었다는 걸, 집에 와서 계산하고 알았다.
그날 밤 나는 노트 마지막 장에 이렇게 적었다.
"석 달 공부해서 배운 것: 권리분석.
하루 떨어져서 배운 것: 입찰가는 겁의 크기가 아니라 근거의 크기로 쓰는 것.
다음 물건에서 배울 것: (계속)"
— 1화 끝. 2화 「감나무 집의 낙찰자」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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